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정면으로 다뤄

[현장뉴스=곽유나 기자] 1996년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으로 등단한 백은하 소설가가 소설집 ‘의자’ (문학들 刊)를 펴냈다.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별의 시간’에 이은 세 번째 소설집이다.

소설집 ‘의자’ 에는 <의자> <햇빛 모으기> <탐조등> <귀향> <어디에도 없는 곳> <마음의 얼음> 등 열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의자’에 실려 있는 단편소설 ‘탐조등’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선풍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탐조등’은 또 다른 형태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카이 캐슬’에서는 의사들이 주요 등장인물인데, ‘탐조등’은 판이 더 크다. ‘탐조등’에는 일간지 정치부 여기자, 국회의원, 건설회사 대표, 종합병원 원장 부인이 등장한다. 특목고를 졸업한 영훈은 Y대 의대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을 한다.

소설 속 수현은 말한다. “수시 학종은 스나이퍼여야해. 특등사수여야 한다는 거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과녁을 정조준해서 쏘아야 해. 따앙.”

‘탐조등’에는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 속 상류층 사람들의 집요하고 선득한 욕망이 눈으로 본 것처럼 날카롭게 묘사돼 있다.

문학의 본질에 관한 널리 알려진 답변 중 하나는 이것이다. ‘문학은 현실의 모방이다’ 이 설명은 분명 틀린 것은 아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문학의 본질에 관한 답변은 특정한 문학 작품이 생산되는 현실이 어떠한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기 마련이고,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특정한 문학 작품에 가치해석도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소설가가 문학이라는 기표를 지나치게 엄숙한 것으로 이해하게 되면, 문학을 통해 소통하려는 독자들과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은하의 소설은 그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일상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소설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백은하 소설의 리얼리즘은 여전히 우리에게 하나의 울림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최근 들어 다시 한국문학장 내에서 다시금 저자의 존재가, 정확히 말하면 저자라고 하는 주체의 젠더적 위치성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백은하 소설가

레즈비언 서사와 월경을 멈추는 신약의 존재,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디에도 없는 곳’과 같은 소설에서 보수적 남성성을 표상하는 여성인물 ‘은수’나 1990년대 전후의 한국의 여성운동을 표상하는 여성인물 ‘지효’의 등장은 최근의 논의와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백은하의 소설을 통해서라면 글쓰기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여전히 기대해도 될 듯하다.

소설가 백은하는 1996년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 소설 당선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별의 시간’, 장편소설 ‘블루칩시티’, ‘마녀들의 입회식’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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